방학 중이라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는 아들내미가 퇴근시간에 맞춰 직장까지 찾아왔다.
버스 타고, 지하철도 2번이나 갈아타고 도보로 10분이나 걸어와야 하는 거리라 계속 톡 보내면서 잘 오는 중인지 확인하는데 갑자기 핸드폰 전원이 꺼져있다는 음성메시지에 당황스러움과 걱정이 앞섰다.
지하철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곳이 아닌데 잘 찾아올 수 있으려나 싶어 교문 앞에서 10분을 기다리는데 저 멀리 보이는 홀쭉한 실루엣.
우리 아들인가? 맞네.
이 녀석 핸드폰배터리 없어서 어떻게 찾아왔냐 물으니 지하철에서 지도 보고 왔다고 하는데 고2 녀석이 왜 이렇게 기특하고 감격스럽기까지 한지...
울 학생들도 잘 찾아서 등교하는데 내 아들은 아직도 유치원생, 초등학생 정도로 생각됐나 보다.
기다리는 10~20분 동안
'이 녀석 핸드폰 안돼서 집에 돌아갔으려나? 그럼,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알려나?
교통카드충전은 많이 되어있으려나?
길 물어보면서 찾아오려나?
지하철은 갈아타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탔으려나?
길 엇갈리면 어쩌나?'
이런 수많은 생각을 했었다.
자식은 나이가 50, 60이 되어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구나.
한 시간 반동안 대중교통 타고 와준 아들내미 어깨 톡톡 두드리며 근처 맛있는 밥집을 데리고 갔다.
고덕동 옛날소머리국밥집.
첫 느낌은 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고기누린내 때문에 약간 거부감을 느낀 아들. 그래도 엄마말 믿고, 국밥을 시켜본다.
엄청 뜨겁게 나온 소머리국밥은 간이 하나도 안 되어있어 소금, 후추, 양념장을 개인취향에 맞게 넣어준다.
따로 주는 파간장에 쫀득한 고기를 푹 찍어 먹으면,
"음~ 맛있네."
라고 말을 하게 된다.
이 간장에 고기를 담가둔 다음 파한 쪽 올려먹으면 편식쟁이 고2아들도 인정하는 맛.
느끼함을 잡아줄 양파, 고추.
직접 담근 겉절이 김치까지.
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맛.
정말 예전엔 더 맛있었다고 하는데... 지금도 맛있는 국밥집.
가격은 국밥이 1만 원, 따로국밥은 1만 1천 원.
여기 막회도 기가 막히게 맛있으니 술안주 하실 분은 꼭 드시길. 추.천.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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